IS인터뷰
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수현 “첫 韓영화, 발 연기처럼 보일까 걱정”

“첫 한국영화였지만, (허진호) 감독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촬영 내내 든든했고 지금도 그래요.”배우 수현이 데뷔 20년차에 ‘보통의 가족’으로 첫 한국영화를 선보였다. 그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을 시작으로 ‘이퀄스’(2015),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다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했지만, 한국 영화와는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수현은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엄청나게 컸다. 이렇게 첫 한국 영화를 찍어 뿌듯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지난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각자의 신념을 갖고 살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수현은 변호사 재완(설경구)의 어린 아내 지수를 연기했다.“일상적인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었고 지수가 그랬어요. 제게 잘 맞는 옷 같았죠. 또 어린 엄마(수현은 지난 2020년 딸을 출산했다)란 점에서 시기적인 공감대도 있었고요. 사실 예전에 들어왔던 영화는 공감 포인트가 없었어요. 너무 노출이 심하거나 다크하기만 해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죠.”그러면서 수현은 “지수는 뜬금없는 면이 있는 캐릭터다. 그 뜬금없음을 어떻게 살려낼지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지수는 가족의 일원인 동시에 그들의 주변을 맴도는 객관적인 관찰자로 기능한다.“지수가 말하는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칫하면 발 연기처럼 보일 수도 있었죠. 그래서 대화를 중간에 치고 들어갈 때 너무 세지 않고 반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 여지를 남기려고 했죠.” 베테랑 설경구, 장동건(재규 역), 김희애(연경 역)와의 호흡이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즉답했다. 수현은 “그냥 제 역할에 집중하려고 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자신이 많은 역할은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들과 많이 했다. 그런 데서 떨면 안 된다”고 시원하게 웃었다.수현은 현재 ‘보통의 가족’ 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로도 대중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21년 드라마 ‘키마이라’를 시작으로 ‘경성크리처’ 시즌1,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을 통해 꾸준히 국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수현은 계속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곧 다음 작품으로 또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욕심쟁이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해외 작품도 현지 상황과 한국 활동 등으로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가능하다면 둘 다 계속해 나가고 싶죠. 캐릭터적으로는 외모든 감정이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뭔가를 해보고 싶고요. 기회가 오고 시간과 체력만 되면 다 하고 싶어요.(웃음) 이제 시작이죠.” 수현은 이날 인터뷰 말미 이혼 보도 후 심경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서 2019년 3살 연상의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와 결혼한 수현은 지난달 이혼 소식을 전했다. “(이혼 보도가 나간 후)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이혼을 알릴) 타이밍을 제가 정한 건 아니니까 그냥 물 흘러가듯 받아들였죠. 영화가 개봉을 앞둔 좋은 과정에서 제 일로 폐를 끼치거나 그런 기분이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홍보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딸에게 여성으로서 멋있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루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여성으로서 존재감, 자존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부딪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1 06:18
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김희애 “버티다 보니 이런 행복도 오네요”

“이렇게 자주 봬서 감사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네요.”올해만 세 번째 작품이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 이어 새 영화 ‘보통의 가족’을 선보인다.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각자 신념을 갖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김희애는 “허진호 감독님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부름을 못 받다가 이렇게 나이 들고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장난스레 웃었다. “허진호 감독님은 배우라면 누구나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시잖아요. 이번에 함께 해보니 역시나 좋으셨어요. 감독님의 순한 마음, 작품에 대한 열의가 너무 느껴지니까 저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김희애는 극중 성공한 프리랜서이자 자녀 교육부터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워킹맘 연경을 연기했다.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의 아내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식의 편에 서는 유일한 인물이다.“자식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죠. 연경은 그걸 모두 표현하는 가식적이지 않은 인물이에요. 선악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죠. 직설적이고 이기적인 거 같지만, 좋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물러설 땐 물러설 줄도 알고요. 그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식사 신을 회상하면서는 “진을 빼게 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이 영화는 밥만 세 번 먹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세 번이 너무 힘들었다. 감정도 계속 유지해야 했다”면서도 “쉽게 가는 것보다 과정이 고통스러운 게 결과가 보람 있을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믿고 기꺼이 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애의 이런 태도는 함께 한 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이자 자극이 됐다. 특히 허진호 감독은 기자간담회 등 자리에서 “김희애에게 깜짝 놀랐다. 카메라가 걸리지 않는 장면, 리액션만 해도 되는 장면에서도 똑같이 연기했다”며 재차 감사 인사를 전했다.“다들 그렇게 하시지 않나요? 그걸 하러 갔는데 잘해야죠. 그날의 제 우선순위잖아요. 저는 또 네 사람이 나오는 영화지만, 두 형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누를 끼치지 않으려 했죠.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서 포지션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그게 열심히 한 것처럼 보였나 봐요.(웃음)”영화 ‘더문’부터 ‘돌풍’을 거쳐 ‘보통의 가족’까지, 연이어 세 작품을 함께 한 설경구에 대해서는 “너무 훌륭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같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았다. 이제 모아 놓은 걸(작품) 다 써서 좀 섭섭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부산 영화 팬들을 만난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보통의 가족’은 지난 11일 폐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허진호 감독, 장동건, 수현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김희애는 2박 3일간 부산에 머물며 GV(관객과의 대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나이로 치면 할머니 역할을 할 때잖아요. 근데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으니 너무 감사했죠. ‘오래 버티니 행복한 순간이 오는구나’ 싶었어요.”김희애의 말처럼 그는 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배우로 활동했다. 이제는 배우의 화려한 삶보다 혼자일 때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좋다고 했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게 끓고 있었다.“예전에는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 느끼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압박감도 생기고요. 물론 그 압박감은 생김과 동시에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에요.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어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7 06:10
영화

‘전,란’ 박정민 “‘몸종’ 강동원, 눈 보니 미안한 마음 올라와” [IS인터뷰]

“저는 재밌는 그림 같았어요. 또 댓글에서 보니까 제가 ‘놀부상’이라 양반인 게 맞대요.”새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이 호기심을 당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강동원이 몸종, 내가 양반’이라고 공개적인 자리마다 강조하는 박정민일 것이다. 작품 공개에 맞춰 만난 그는 혹시 ‘밈’(meme)으로 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은 부정했다. “제가 웃음거리로 활용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죠. 그래도 제가 양반인 게 현실성이 없단 건 선입견이에요.”지난 11일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큰 관심을 받았으며 정식 공개 직후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직행했다.정통 사극은 처음인 박정민이 이번 출연을 결심한 것은 제작과 각본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는 “처음 받아봤을 때부터 대본 자체가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역사를 빌려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면서 “박찬욱 감독님이 하신다니 너무 좋았다. 워낙 저의 우상이셔서 넙죽 한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또 출연했던 박 감독의 단편영화 ‘일장춘몽’(2022) 촬영을 마치고 제안받은 작품으로, 상대역 강동원보다도 먼저 캐스팅됐다고도 덧붙였다.극중 박정민이 연기한 종려는 어린 시절부터 천영과 신분 차를 뛰어넘은 우정을 쌓았으나, 천영이 일가족을 몰살했다고 오해하며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 인물이다.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스스로는 어려움도 느꼈다. 박정민은 “안 해본 역이라 보는 분들이 괜찮을지 우려가 됐다”며 “한복이나 수염, 갓 같은 의상이 어려웠다. 갓을 써도 눈이 보여야 하기에 앵글도 상의하며 찍었다”고 밝혔다.“힘들어서 ‘앞으로 5년 동안은 사극 안 해야지’ 생각하기도 했어요. 첫 사극인데 계산할 게 많았거든요. 얼굴에 피도 많이 묻히다 보니 밥도 잘 못 먹었고…그래도 좋은 작품 들어오면 하고 싶어요. 하하.” 강동원에 대해서는 남자답고 섬세하다고 극찬하면서도 “막역하게 붙진 못했다. 흠모하는 감정 같은 것”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종려와 천영의 브로맨스 기류에 대해서도 “천영이 잡혀 와서 제 아버지 앞에 무릎 꿇는 장면에서 처음 느꼈다. 종려가 천영의 얼굴을 잡고 가만있으라 할 때 ‘약간 이상한데?’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며 “사람들이 과대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 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선이 넘어갈 것 같으면 조절하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예상보다 더욱 짙은 감정이 실린 엔딩 장면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대본만 읽었을 땐 그렇게나 천영을 죽이려 들다가 말 한마디에 변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촬영 전엔 연기할 수 있을지 지레 겁을 먹었는데 막상 강동원 선배 대사를 듣는데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진짜 감정이 나오네’ 생각했다”며 신기해했다.“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부분이 확실히 있죠. 천영의 무릎에 누워 ‘미안하다’하는 것도 사실 대본에 없는 대사예요. 선배 눈을 보는데 너무 미안해서 그냥 해본 말이에요. 마침 그날 현장에 계셨던 박찬욱 감독님이 ‘이거 좋은데’라고 해서 김상만 감독님과 상의해 들어가게 됐죠.”‘전,란’은 박정민이 영화제에서 처음 감상하고자 아껴둔 작품이기도 하다. 박정민은 “‘내가 찍은 영화라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는데, 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가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직업이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이 시대가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리게 만들기도 했죠. 그래서 내 일을 마쳤는데도 남 눈치를 보는 게 조금 슬프더라고요.”“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박정민은 내년엔 데뷔 14년 만의 첫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쌓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쉬면서 찾아보려고요.”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7 05:55
스타

[IS인터뷰]“너무 아팠죠”…‘데뷔 25년’ 유승호의 눈물 쏙 뺀 첫 연극 도전기

“부족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어요. 내가 잘 하면 될 거란 생각을 했지만,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습니다.”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데뷔 25년’을 맞은 베테랑 배우 유승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첫 연극 도전의 강렬하고 매콤하고 또 혹독한 경험을 털어놓은 그의, 너무나 솔직한 말엔 뭐라 첨언할 게 없었다. 그저 눈으로 응원을 건넬 수밖에.최근 데뷔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마친 유승호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다. “예전에도 기회가 있었는데, 무대 위에 서는 게 좀 무서웠어요. 내가 연기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 내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거절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30대에 접어들면서 ‘내가 편한 것만 하면 나에게 무슨 발전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너무 겁이 나지만 한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라면 해보자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야심찬 도전이었지만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처음 무대에 서는 유승호가 소화하기에 만만치 않은, 심오한 작품이었다. 심지어 그가 맡은 극중 루이스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 프라이어 월터는 성소수자로 극 후반부엔 에이즈에 걸려 인생의 극한을 경험하는 인물이다. 스스로 “겁이 많은 사람”이라 밝힌 그는 “떨린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먹질 못했다. 2회차 공연 후엔 식욕이 없어져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고 상당했던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이틀에 한 끼 먹었어요. 무대에 올라갔는데 장트러블이 오니까, 무섭더라고요. 무대에 3시간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죠. 차라리 음식을 먹지 말자고 생각하고 그렇게 무대에 올라갔어요.” 덕분에 공연이 펼쳐진 두 달 동안 무려 8kg이나 체중이 빠졌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웠을 법하지만 그는 “극중 에이즈 환자였고 여러 증상 중 하나여서 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따라줬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긍정회로를 돌렸다. 카메라 앞에서 쏟아낸 열정으로 보내온 지난 25년이 무색할 정도로, 실시간 열연을 지켜보는 무수한 ‘눈’ 앞에 선 건 처음이었던 만큼, 첫 연극에 나선 각오는 ‘초심’이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현장의 것들은 다 내려놓고,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와 결론들을 무조건 따라보기로 했다. 좀 적응이 된 뒤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넣어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정리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유승호가 기존 지닌 명성은 오히려 관객들의 부정적 피드백을 강화했다. 첫 공연 후 혹독한 평가가 쏟아진 것. 댓글 반응에 대해 “슬펐고, 너무 아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유승호는 “(부정적 반응을)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 부족하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조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라는 배우, 사람에게 엄청난 큰 충격을 준 작품이에요. 여러 의미로. 내가 이렇게 부족한 배우였구나 하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꼈고, 내가 무대에서 이렇게 겁이 많구나 다시 한 번 느꼈죠. 나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겨내지 못해 충격을 받았고, 쉽지 않은 연극을 분명 즐기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내가 이걸 즐기고 있다는 데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죠. 울기도 많이 울었고. 저에게 엄청나게 큰 작품입니다.”힘든 여정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느낀 카타르시스 때문일까. 여전히 그는 연극에 이끌린다며 여운을 드러냈다. “기립박수를 딱 한 번 받아봤는데, 두 달 이라는 시간을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이상하게 뭉클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부끄럽지만 5회 정도 남았을 때야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끝나고 나선 ‘무대에 두 번은 서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무대 위에서 1막 3장이 끝나고 나서의 떨림이 갑자기 그립더라고요.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좋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0.16 06:05
드라마

‘백설공주’ 이우제 “악역 연기, 뒤통수 조심하란 말 많이 들었죠” [IS인터뷰]

“저희 팀 스태프들끼리는 ‘병무(이태구)랑 민수(이우제)는 뒤통수 조심해라’ 이런 얘기 많이 했죠.”배우 이우제는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이하 ‘백설공주’)에서 파렴치한 악역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이우제는 극 중 고정우의 절친한 고교 동창인 신민수를 연기했다.신민수는 역시 고교 동창인 양병무와 함께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고정우에게 뒤집어씌워 살인자로 만든 주요 인물이다. 이우제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 같다.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이우제가 대국민 사과를 생각할 정도로, 극 중 신민수는 죄를 저지르고도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매회 시청자를 매우 분노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민수가 피해자 심보영(장하영)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을 고정우가 알고 찾아가 추궁하자, “너 때문에. 너 때문에!”라고 소리를 지르며 질투와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우제는 “민수를 연기 할 때 정말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다”고 처음 배역을 맡게 됐을 때를 떠올렸다.“그전에 저에게 주어졌던 역할들은 다 뭔가 순수하거나 귀엽고 선한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악역은 처음 도전하는 거였고 항상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어요. 또 서사까지 있는 캐릭터다 보니까 더 잘해 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우제는 ‘백설공주’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이전엔 또래 배우들과만 호흡을 맞춰보고 선배님들과는 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변요한 형을 비롯해 수많은 선배 연기자와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 드라마가 대박이 날 것 같다, 아닐 것 같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의 연기 커리어에 꼭 도움이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디션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는데, 그 진심이 감독님에게도 닿은 것 같아요.”이우제는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를 이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 감독의 첫 인상에 대해 “흔히 하는 말로, 쩔었다”고 표현했다. “첫 촬영 때 감독님을 현장에서 딱 뵀는데 포스에 압도됐어요.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고 컷이 됐는데, 감독님이 그때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펼쳐도 되니까 너무 자제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 말에 힘받아서 그 뒤론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죠.” 이우제는 ‘백설공주’ 외에도 올 한해 ‘밤에 피는 꽃’, ‘선재 업고 튀어’ 등에 연이어 조연으로, 또는 특별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대해 이우제는 “내가 나오면 다 잘 되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며 “세 작품 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신기하다. 올해는 저에게 선물 같은 해인 것 같다”고 감격했다.자신의 매력 포인트로 ‘눈’을 꼽은 이우제는 “나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착하게도 표현할 수 있는 눈이라고 생각한다”고 어필했다. 이어 좋아하는 배우로 조정석을 언급하며 “매 역할 다른 얼굴로 보일 수 있는 연기를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조정석 선배님 연기하시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게 돼요. 힐링 받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다른 역할 하실 땐 180도 돌변하잖아요. 저도 그런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6 06:05
프로야구

'LG전 핵심 카드' 된 좌승사자 좌승현, "첫 가을야구, 언제든 나갈 준비돼 있습니다" [PO 인터뷰]

"언제든 나갈 준비돼 있습니다."삼성 라이온즈 좌완 투수 이승현(22)는 이번 플레이오프(PO)에서 핵심 선수다. 당초 이승현은 헐거운 삼성 선발진에서 3선발 역할을 도맡을 것으로 보였으나, 시리즈 도중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왼손 타자들이 많은 LG 트윈스 타자들을 상대로 강력한 왼손 불펜 카드가 필요했던 삼성이 이승현을 좌완 필승조로 낙점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중요한 순간 LG의 좌타 라인을 막을 강한 좌완 카드가 필요했는데, 이승현을 불펜으로 내리면서 걱정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승현도 각오가 남다르다. 2021년 1차 지명 선수인 이승현은 가을야구 무대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이승현은 손가락 부상으로 팀의 가을 여정을 함께하지 못했다. 지난 8월 햄스트링 부상(8월)을 당하며 3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다시 놓치는 듯했지만, 2개월 동안 잘 준비한 끝에 완벽한 컨디션으로 복귀해 PO 엔트리에 승선했다. 이승현은 "햄스트링 부상은 완벽하게 치료됐다. 구단에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잘 회복했다"며 웃었다. 이승현은 지난 13일 첫 가을 무대에 올랐다. PO 1차전에서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은 7회 초 타자 2명을 상대하는 동안 야수 실책과 안타를 맞으며 3실점했다. 모두 이전 투수들의 승계 주자들이라 자책점과 실점은 없었지만 아웃 카운트를 한 개도 올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야수 실책 불운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 박진만 감독은 "이승현이 불펜에서 LG 타선을 잘 막았다"고 칭찬했다. 이승현에게도 좋은 학습이 됐다. 이승현은 "LG 타선의 집중력이 좋더라. (스윙이) 나올 만한 공이다 싶었는데 안 나온 공도 있었고, 나도 이런 타자들을 상대하려면 더 집중하고 노력해서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첫 가을 무대 소감에 대해선 "확실히 연습경기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 (긴장감에) 숨이 더 차더라"고 웃으면서도 "정규시즌 중에서도 워낙 많은 팬분들이 와주셨고, 만원 관중 앞에서 공을 던지는 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더 내 공에 집중해야 한다는 건 확실히 알았다"라고 전했다. 14일 이승현을 만났을 땐 삼성의 3차전 선발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3차전 선발로 나선다면 현실적으로 2차전 불펜 투입이 불가능하지만, 이승현은 "언제든지 나갈 준비가 돼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LG 좌타 라인을 상대로 왼손 투수 이승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그는 "평소처럼, 내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대구=윤승재 기자 2024.10.15 14:50
스포츠일반

대한체육회장 선거 도전하는 유승민, "바꿀 것이냐 바뀔 것이냐 선택해야...체육계 우리가 바꿀 때" [IS인터뷰]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42) 전 탁구협회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유승민 전 회장은 지난달 9일 열린 탁구협회 임시총회에서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체육회장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회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하고, 국무총리실은 체육회의 비위 사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체육회 개혁이 어느 때보다 핫이슈다. 이런 상황에서 40대 젊은 후보의 도전 선언은 관심을 얻었다. 차기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초 예정되어 있다. 지난 4일 서초구 RSM스포츠 사무실에서 만난 유승민 전 회장은 자신의 장점에 대해 국내외적인 스포츠행정 경험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과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이라고 강조했다.유승민 전 회장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2019년부터 탁구협회장을맡아왔다. 2016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뽑혀 지난 8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제스포츠 외교 현장을 누볐다. 탁구협회장 재임 기간 동안 거둔 주요 성과로는 탁구인들의 숙원이던 프로 리그를 출범시킨 것, 그리고 2월 부산 세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이 꼽힌다. 유승민 전 회장은 “협회장 자리가 처음엔 막연했는데, 닥쳐서 하다 보니 하게 됐다. 몸으로 부딪혀 가면서행정에 대해 더 명확해진 것도 있다”고 돌아봤다. 특히 한국 탁구 역사상 최초로 개최했던 세계선수권대회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탁구협회가 정확한 대회 개최 날짜를 정해주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정부와 지자체에 예산 신청을 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나하나 소명하고, 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결국 대회를 열었다”고 회상했다. 생활체육 동호인 인구가 많은 탁구의 협회장을 맡아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을 아우르는 행정을 해본 것도 강점이다. 유승민은 “동호인들은 정말로 열정적이다. 요즘은 좋은 지도자들에게 레슨을 받으려면 오픈런을 해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결국은 어릴 때 학교에서 스포츠를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을 이어갔다. 유승민 전 회장이 그리는 한국 체육 정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교육부를 찾아가서 그 앞에 텐트를 치고 살겠다는 각오가 돼 있다. 학교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휴대폰에 저장해둔 영상까지 보여주며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는 IOC 위원 활동 중 미국의 한 지역 초등학교 미식축구 수업을 본 게 인상적이었다면서 영상으로 찍어서 저장해 놓고 있었다. 그는 “좋은 코치 아래서 어린 학생들이 기본기를 탄탄하게 배우고 있더라. 우리도 이런 체육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초등학교마다 주력 종목 1~2개씩을 정해 방과후 1시간씩만 학생들이 배우게 하는 거다. 6년간 이런 식으로 배우면 성인이 된 후에도 해당 종목에선 아마추어 상위 클래스 실력을 갖출 수 있다. 더 관심이 있으면 전문선수가 되고, 아니면 취미로 즐기는 선택권을 얻을 수 있다. 저출생으로 선수 수급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한국 체육을 키우는 힘이 될 것이다. 당장 이뤄질 일이 아니라 멀리 보고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체육회나 문체부를 넘어 교육부를 설득하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직후 체육회 및 일부 종목단체의 행정난맥상에 스포츠 이슈가 집중되고 있다. 유 전 회장은 “안타까운 건 행정 이슈에 밀려서 파리 올림픽에서 잘 하고 돌아온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건, 체육계가 분명 바뀌어야 하지만 이렇게 외부에 의해서 바뀌면 안 된다는 것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바꿀 것이냐, 아니면 바뀔 것이냐’라는 말을 늘 강조한다. 우리가 스스로 바꿔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체육회의 가장 중요한 동력인 재정자립에 대해서도 새 패러다임을 논할 때라며 아이디어를 던졌다. 드라마 혹은 대중가요 같은 K콘텐츠의 또 다른 영역으로 K스포츠를 내놓자는 것이다.유 전 회장은 “체육회가 유망주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의 스토리와 콘텐츠를 발굴해서 IP(지적재산권) 사업으로 활용할 방안을 만드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매력을 앞세운 영상, 굿즈 등의 다양한 콘텐츠 활용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놓으면 김예지(사격)처럼 깜짝 스타가 나왔을 때 그 상품성을 체육회도 활용할 수 있고, 이렇게 번 돈을 지역체육회에 지원하거나 유망주 육성에 쓸 수도 있다. 그는 또 “선수뿐 아니라 해외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지도자들을 체육회가 매니지먼트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발전시키려면 마케팅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겠지만, K스포츠라는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방법도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할 때다. 젊으니까, 다른 시각으로 신선한 아이디어를 더 활발하게 내겠다”고 했다. 이은경 기자 2024.10.15 08:35
프로야구

8번 수술 받으며 버틴 선수 생활...정찬헌 "그렇게 가장 역할 할 수 있었다" [IS 인터뷰]

지도자로 새 출발하는 '근성의 아이콘' 정찬헌(34)이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025시즌 1군 코칭스태프를 발표하며 정찬헌을 1군 불펜 코치로 선임했다고 14일 알렸다. 구단은 이미 지난 7일 선수단 정리 보도자료를 내며 정찬헌의 선수 생활 은퇴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정찬헌은 2008 2차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였다. 데뷔전이었던 2008시즌 개막전에서 LG 세 번째 투수로 나서 당시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 호투로 주목받았다. 이후 정찬헌의 야구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2년 차였던 2009년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2010년에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2016·2019년에는 황색인대골화증으로 인해 경추 수술을 받았다. 2018년 마무리 투수를 맡아 27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허리 부상 탓에 연투가 어려워 불펜 투수 임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었다.정찬헌은 완치가 어려운 허리 상태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선발 투수로 전환해 팀에 기여했고, 키움으로 이적한 뒤 나선 치른 2021·2021시즌도 선발로 31경기에 등판했다. 지난해 11월 세 번째로 허리 수술을 받고 또 긴 재활기를 보냈지만, 올해 6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복귀하며 재기했다. 그렇게 407경기(1군 기준)에 등판해 50승(63패)·46세이브·28홀드를 남겼다. 정찬헌은 "지난해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더 나은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실전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젊은 투수들에게 더 많이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고민 중에 구단이 코치 제의를 해줬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또 수술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라며 은퇴를 결정한 배경을 전했다. 정찬헌이 남긴 기록은 유난히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수 차례 수술대에 오르며 겪은 신체적·정신적 시련을 이겨내고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근성과 정신력을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을 줬다. 정찬헌도 지난 17년을 돌아보며 "허리와 팔꿈치를 포함해 8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나는 대기록을 쓰거나 역사에 남을 한 페이지를 장식하진 못했지만, 몇 차례 수술을 받고도 다시 마운드로 돌아가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해낸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라고 웃어 보였다. 정찬헌은 키움 젊은 투수들이 꼽은 더그아웃 대표 분위기메이커였다. 과묵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후배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설 수 있는 선배였다. '코치' 정찬헌은 선수 시절보다 많이 배우고, 후배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생각이다. 정찬헌은 "아직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하기엔 이른 것 같다. 선배 코치들의 언행과 가치관, 지도 방식을 보고 좋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분에게 많이 배우는 게 먼저다"라고 했다. 이어 정찬헌은 "선수로 뛸 때도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 이제 옆에서, 뒤에서 든든한 서포트를 해주는 코치가 될 것"이라고 제2의 야구인생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정찬헌은 마지막으로 지난 16년 동안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가족, 특히 아내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수 생활 동안 성적 압박·부상뿐 아니라 의도하지 않은 오해를 사며 마음고생을 했을 때도 있었다. 정찬헌은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동력은 옆에서 바라보는 가족"이라며 "내가 가장 잘 한 게 아내와 결혼한 것이다. 이제는 아내가 야구를 조금 더 편안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10.15 07:51
뮤직

씨엔블루, 15년 세월이 만든 관록... “후배들과 경쟁, 설레요” [IS인터뷰]

“컴백은 매번 부담스럽죠. 수학처럼 정답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2010년 1월 ‘외톨이야’로 가요계 판도를 뒤흔든 밴드 씨엔블루가 어느덧 데뷔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컴백할때마다 긴장되고 두렵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늘 초심으로 노래를 한다는 것으로 느껴진다. 씨엔블루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14일 발매된 미니 10집 ‘X’에 대해 “3년 동안 공을 들인 앨범”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민혁은 “‘X’는 숫자 10과 무한한 가능성 두 가지를 의미한다. 씨엔블루의 10번째 앨범이기도 하고 여전히 우리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X’에는 타이틀 곡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를 포함해 ‘배드 배드’, ‘레이서’, ‘가장 사랑했던 너에게’, ‘퍼스널컬러’, ‘투나잇’ 등 총 6개 곡이 수록됐다. 타이틀 곡에는 리더 정용화가 작사 작곡에 참여했으며, 이외 다른 멤버들의 자작곡도 앨범에 실렸다. 정용화는 타이틀 곡 제목에 대해 하상욱 시인의 캘리그라피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우연히 휴대전화를 하다가 하상욱 시인이 쓴 ‘그리운건 그대인지 그때인지’ 구절을 봤어요.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이별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는 고민이였죠. 나 역시 그대인지, 그때인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하상욱 시인에게 허락을 구했어요. 정말 흔쾌히 ‘오케이’ 해주셨어요. 대신 ‘그리운건’은 띄어 쓰지 말고 꼭 붙여 써야 한다고 강조하셨죠.”곡 제목처럼 씨엔블루가 그리워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멤버들 모두 ‘외톨이야’ 때를 꼽았다. 이정신은 “연예인으로 데뷔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외톨이야’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기에 바빠서 기억은 없지만 그때가 가장 그립다”고 말했다. 강민혁은 ‘외톨이야’만 들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하다며 웃었다. “앨범 발매하려고 노래하고 악기 연습하고 주변 사람들 반응도 살피고 참 정신없었지만 재미있었던 추억이에요.”멤버들이 ‘외톨이야’ 때를 잊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세련됐기 때문이란다. 정용화는 “‘외톨이야’는 원초적인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유행을 타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신보도 ‘외톨이야’처럼 가공되는 음악적 소스를 최대한 빼고 기타, 드럼, 베이스가 내는 원초적인 소리에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씨엔블루에 이번 컴백은 3년 만이라 더욱 특별하다. 이들은 지난 9월 국내에서 개최한 단독 콘서트에서 새 앨범 ‘X’에 수록된 4곡을 선공개하며 컴백을 깜짝 발표했다. 이어 대학 축제, 페스티벌에서도 신곡을 생생한 라이브 무대로 선보였다. 관록은 무시 못 하는 법. 정용화가 경희대학교 축제 도중 스탠딩 석에서 쓰러진 관객을 발견하고 곧바로 무대를 중단시키는 일도 있었다. 정용화는 즉시 관객의 상태를 살피고 “길 좀 터서 도와달라”며 응급환자를 도왔다. 이후 컨디션이 안 좋은 관객들이 있는지 살피고, 힘들면 바로 알려달라고 강조하는 등 관객들을 세심히 살펴 화제가 됐다. 정용화는 “해외에서 공연하면 이런 일이 가끔 있다. 좁은 데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있으면 산소가 부족해진다”면서 “기사화돼서 부끄럽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사우나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어깨를 치면서 ‘좋은 일 했더라’고 하시더라. 기분 좋았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씨엔블루는 최근 ‘밴드 붐’이 온 현상에 대해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나 때는’ 토크를 시작했다. 정용화는 “‘나 때는 방송에서 라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게 ‘김정은의 초콜릿’, ‘유희열의 스케치북’ 밖에 없었다. 지금은 라이브를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냐. 밴드의 붐이 오게 된 것도 이러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씨엔블루는 데이식스, QWER,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드래곤포니 등 수많은 후배 밴드 사이에서 씨엔블루만의 건재함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저희 체력이 진짜 좋거든요? 팬들이랑 10년 넘게 같이 뛰어놀다 보니까 단련이 돼 있어요. 또 적게는 100명부터 많게는 만 명 넘는 곳까지 여러 가지 타입의 공연을 해보면서 우리만의 노하우가 쌓였죠. 씨엔블루는 소리 나는 곳 어디라면 그냥 갑니다. 이게 씨엔블루가 음악을 사랑하는 방법이에요.”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0.15 06:05
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장동건 “배우로 다시 시작하는 느낌” ①

“오랜만에 배우로서 기대감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어요.”배우 장동건이 ‘창궐’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그의 신작은 오는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이다. 영화 ‘위험한 관계’를 함께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장동건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개봉이) 오랜만이라 긴장되고 떨린다. 그래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다행”이라며 미소 지었다.장동건이 이번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재규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도덕적인 소아과 의사로, 물질적 풍요가 우선인 형 재완(설경구)과는 상반되는 인물이다.“영화에서 재완은 냉철하고 재규는 선하다고 설명돼요. 그런데 이 선한 캐릭터를 반대로 비틀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듯했죠. 외적인 선이 아닌, 내면에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 좋았어요. 여기에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하니 더없이 좋은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했죠.”장동건은 재규가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에도 이끌렸다고 했다. 그는 “대본을 보면서 그동안 이런 현실적인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재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고, 나를 많이 투영해 볼 수 있을 듯했다”고 말했다.덕분에 몰입도 수월했다. 특히 부성애 부분이 그랬다. 장동건 역시 배우이기 이전에 1남 1녀를 둔 아버지로, 재규가 왜 과하게 아들을 걱정하고 끝내 선택을 바꿨는지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저도 자식을 키우니까 심정이 이해가 갔어요. 전 제 딸이 처음 유치원 간 것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뭐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죠. 옆에선 별문제 아닌 게 저한테는 큰 거예요. 우리 영화도 보면 결국 부모의 과한, 나쁜 상상이 캐릭터로 설정되고요.” 만약 재규의 상황이면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라며 웃었다. 촬영 당시 설경구, 김희애, 수현과도 이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던 장동건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게 올바른 것인지 알지만, 자식 문제 앞에서 신념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보통의 가족’은 제 안을 들여다보는 작품이었다”고 돌아봤다.영화의 핵심인 식사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보통의 가족’에는 총 세 번의 식사 신이 등장한다. 이 중 압권은 마지막 식사다. 장동건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선택을 뒤집으며 상상하지 못했던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단순히 대사를 던지는 장면이 아니었어요. 뭔가를 막 표현해 내야 하는 장면인데 그걸 똑같은 식으로 여러 번 해야 했죠. 그때는 진짜 어지러움이 올 정도였어요. 액션 촬영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장동건은 이날 인터뷰에서 흥행에 대한 갈증도 드러냈다. 앞서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장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던 장동건은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최근작들이 좋은 평을 못 받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평과 흥행에) 목마름이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사실 돌아보면 과거의 저는 용기가 없었어요. 저 자신도 새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죠. 이제 목마름이 생겼어요. 특히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마음가짐도 바뀌었고요. 뭔가 제 안의 것을 꺼내 표현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낀 거 같아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저와 감독님의 새로운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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