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수현 “첫 韓영화, 발 연기처럼 보일까 걱정”

“첫 한국영화였지만, (허진호) 감독님과 선배님들 덕분에 촬영 내내 든든했고 지금도 그래요.”배우 수현이 데뷔 20년차에 ‘보통의 가족’으로 첫 한국영화를 선보였다. 그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을 시작으로 ‘이퀄스’(2015),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다수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출연했지만, 한국 영화와는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수현은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인이 되고 싶은 바람이 엄청나게 컸다. 이렇게 첫 한국 영화를 찍어 뿌듯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지난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허진호 감독의 신작으로, 각자의 신념을 갖고 살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수현은 변호사 재완(설경구)의 어린 아내 지수를 연기했다.“일상적인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었고 지수가 그랬어요. 제게 잘 맞는 옷 같았죠. 또 어린 엄마(수현은 지난 2020년 딸을 출산했다)란 점에서 시기적인 공감대도 있었고요. 사실 예전에 들어왔던 영화는 공감 포인트가 없었어요. 너무 노출이 심하거나 다크하기만 해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죠.”그러면서 수현은 “지수는 뜬금없는 면이 있는 캐릭터다. 그 뜬금없음을 어떻게 살려낼지 고민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지수는 가족의 일원인 동시에 그들의 주변을 맴도는 객관적인 관찰자로 기능한다.“지수가 말하는 타이밍을 잡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칫하면 발 연기처럼 보일 수도 있었죠. 그래서 대화를 중간에 치고 들어갈 때 너무 세지 않고 반은 확신이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 여지를 남기려고 했죠.” 베테랑 설경구, 장동건(재규 역), 김희애(연경 역)와의 호흡이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즉답했다. 수현은 “그냥 제 역할에 집중하려고 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자신이 많은 역할은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들과 많이 했다. 그런 데서 떨면 안 된다”고 시원하게 웃었다.수현은 현재 ‘보통의 가족’ 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로도 대중을 만나고 있다. 지난 2021년 드라마 ‘키마이라’를 시작으로 ‘경성크리처’ 시즌1,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등을 통해 꾸준히 국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수현은 계속해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다고 했다.“곧 다음 작품으로 또 뵐 수 있을 거 같아요. 제가 욕심쟁이라 하고 싶은 게 많아요. 해외 작품도 현지 상황과 한국 활동 등으로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가능하다면 둘 다 계속해 나가고 싶죠. 캐릭터적으로는 외모든 감정이든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의 뭔가를 해보고 싶고요. 기회가 오고 시간과 체력만 되면 다 하고 싶어요.(웃음) 이제 시작이죠.” 수현은 이날 인터뷰 말미 이혼 보도 후 심경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서 2019년 3살 연상의 한국계 미국인 기업가와 결혼한 수현은 지난달 이혼 소식을 전했다. “(이혼 보도가 나간 후)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어요. (이혼을 알릴) 타이밍을 제가 정한 건 아니니까 그냥 물 흘러가듯 받아들였죠. 영화가 개봉을 앞둔 좋은 과정에서 제 일로 폐를 끼치거나 그런 기분이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홍보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냐는 마지막 질문에는 “딸에게 여성으로서 멋있게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이루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여성으로서 존재감, 자존감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 정의롭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부딪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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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김희애 “버티다 보니 이런 행복도 오네요”

“이렇게 자주 봬서 감사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네요.”올해만 세 번째 작품이다. 배우 김희애가 영화 ‘데드맨’,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 이어 새 영화 ‘보통의 가족’을 선보인다. 16일 개봉한 ‘보통의 가족’은 각자 신념을 갖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김희애는 “허진호 감독님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부름을 못 받다가 이렇게 나이 들고 불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장난스레 웃었다. “허진호 감독님은 배우라면 누구나 함께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시잖아요. 이번에 함께 해보니 역시나 좋으셨어요. 감독님의 순한 마음, 작품에 대한 열의가 너무 느껴지니까 저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김희애는 극중 성공한 프리랜서이자 자녀 교육부터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워킹맘 연경을 연기했다.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의 아내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식의 편에 서는 유일한 인물이다.“자식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죠. 연경은 그걸 모두 표현하는 가식적이지 않은 인물이에요. 선악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죠. 직설적이고 이기적인 거 같지만, 좋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물러설 땐 물러설 줄도 알고요. 그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식사 신을 회상하면서는 “진을 빼게 했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이 영화는 밥만 세 번 먹으면 끝난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세 번이 너무 힘들었다. 감정도 계속 유지해야 했다”면서도 “쉽게 가는 것보다 과정이 고통스러운 게 결과가 보람 있을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럴 거라 믿고 기꺼이 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애의 이런 태도는 함께 한 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이자 자극이 됐다. 특히 허진호 감독은 기자간담회 등 자리에서 “김희애에게 깜짝 놀랐다. 카메라가 걸리지 않는 장면, 리액션만 해도 되는 장면에서도 똑같이 연기했다”며 재차 감사 인사를 전했다.“다들 그렇게 하시지 않나요? 그걸 하러 갔는데 잘해야죠. 그날의 제 우선순위잖아요. 저는 또 네 사람이 나오는 영화지만, 두 형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누를 끼치지 않으려 했죠. 왔다 갔다 하기 힘들어서 포지션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그게 열심히 한 것처럼 보였나 봐요.(웃음)”영화 ‘더문’부터 ‘돌풍’을 거쳐 ‘보통의 가족’까지, 연이어 세 작품을 함께 한 설경구에 대해서는 “너무 훌륭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같이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게 좋았다. 이제 모아 놓은 걸(작품) 다 써서 좀 섭섭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부산 영화 팬들을 만난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보통의 가족’은 지난 11일 폐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허진호 감독, 장동건, 수현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은 김희애는 2박 3일간 부산에 머물며 GV(관객과의 대화) 등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나이로 치면 할머니 역할을 할 때잖아요. 근데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으니 너무 감사했죠. ‘오래 버티니 행복한 순간이 오는구나’ 싶었어요.”김희애의 말처럼 그는 4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배우로 활동했다. 이제는 배우의 화려한 삶보다 혼자일 때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좋다고 했지만, 연기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게 끓고 있었다.“예전에는 모든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 느끼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압박감도 생기고요. 물론 그 압박감은 생김과 동시에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에요. 좀 더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어요.”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7 06:10
예능

‘쇼미’ 제작진이 만든 ‘랩: 퍼블릭’... 긴장감 부족해도 알차네 [IS리뷰]

래퍼들을 위한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쇼미더머니’만큼의 긴장감은 없지만, 신선한 래퍼들을 발견하고 베테랑 래퍼들의 전통 깊은 랩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티빙 오리지널 ‘랩: 퍼블릭’이 그것이다.◇ 심사위원의 부재 ‘랩: 퍼블릭’은 ‘쇼미더머니’를 제작했던 최효진 CP와 정우영 PD가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프로그램 정식 설명은 이렇다. ‘60인의 래퍼가 랩을 무기로 삼아 전략적 생존 경쟁을 펼치는 리얼 힙합 서바이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래퍼들은 외지와 단절된 공간에서 팀을 만들고 세력을 키워나가게 된다. ‘쇼미더머니’와 가장 큰 차별점은 심사위원의 부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역할은 중요하다. 참가자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숨겨진 인재를 발견해야 한다. 반면 ‘랩: 퍼블릭’은 서로가 서로에게 심사위원이 된다. 지난 2회에서 60인의 래퍼는 총 8블록으로 나뉘어 각 팀을 대표하는 리더가 블랙머니를 두고 ‘무한 사이퍼’ 경쟁을 펼쳤다. 총 8명의 리더들(플리키뱅, 루피, 김하온, 보이비, 가오가이, 차붐, JP, 감마)은 무작위로 나오는 비트에 맞춰 즉석에서 랩을 선보였다. 마이크를 쥔 래퍼가 자신의 순서가 끝나면 원하는 사람에게 마이크를 건내주는 방식이다. 바꿔 말하면 한 명의 래퍼에게만 집중 공격이 가능하다. 또한 랩 도중에 가사를 절거나 랩의 퀄리티가 낮다고 생각드는 래퍼는 손을 들 수 있다. 손을 든 래퍼가 과반수 이상이 넘어가면 해당 래퍼는 자동 탈락이다. ‘무한 사이퍼’ 리더 매치는 이제껏 힙합 서바이벌에서 볼 수 없었던 방식이라며 열띤 반응이 쏟아졌다. 래퍼들의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할 수 있는 ‘무삭제 풀버전’ 영상도 티빙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 원석 발굴의 재미 지난 2022년 12월에 종영한 ‘쇼미더머니11’을 끝으로 더 이상의 ‘쇼미더머니’ 시즌은 없었다. 출연했던 래퍼들이 또 출연하고 새로운 원석 발굴에 대한 기대감이 적어지면서 ‘쇼미더머니’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결국 제작진은 ‘인맥 힙합’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랫폼을 OTT로 옮겨 판을 키웠다. 총 400명에 달하는 래퍼들을 만났고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프로그램 취지와 아이덴티티에 걸맞은 래퍼들이라면 섭외했다.특히 ‘무한 사이퍼’ 리더 매치에서 집중적인 공격에도 엄청난 양의 벌스와 안정된 랩 실력을 자랑한 JP와 플리키뱅이 재발견 래퍼로 떠오르고 있다. ‘랩: 퍼블릭’은 3회부터 본격적인 합숙 생활을 시작했다. 총 8개 블록 사이에서 연합과 배신 등 전략적인 플레이는 허용된다. 이처럼 ‘랩: 퍼블릭’은 서바이벌 속 또다른 서바이벌 장치를 두며 색다른 재미를 만들었다. 본격적인 팀 대항전 ‘블록 깨기’도 시작됐다. ‘블록 깨기’는 블록 간 맞대결을 통해 도장 깨기 형식으로 상대 블록 모두를 무너뜨려야 하는 배틀이다. 이 게임에서 승리할 경우 모든 블록원은 생존, 1000만 원의 블록머니를 가져갈 수 있지만 패배할 경우 데스매치에 올라 첫 탈락자가 발생한다. 데스매치에 오를 탈락 후보 3명은 리더가 지정할 수 있다.배틀 상대 결정방식은 냉정했다. ‘최약체’로 지목된 블록부터 대결 상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가장 최약체로 지목된 8블록이 6블록과의 상대로 선전한 것. 특히 8블록 드레인케이가 6블록의 조광일, 오도마, 주니를 상대로 3연승을 이어 나갔고 여기에 8블록 김기표가 6블록 코웨이, 코알라를 상대로 기세를 완전히 가져오며 새로운 다크호스로 주목받는 중이다.◇ 표현의 자유 ‘랩 퍼블릭’ 제작진은 TV에서 OTT로 넘어오면서 묵음 처리를 없앴다. 랩 특성상 강렬하고 직설적인 가사가 많다. ‘쇼미더머니’ 당시 방송 심의 때문에 대부분의 비속어가 묵음 처리되면서 몰입도를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랩 퍼블릭’에서는 래퍼들의 밀도 높은 랩을 여과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랩 퍼블릭’ 티빙 유료가입기여자수는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10월 2주차 화제성에서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SNL 코리아’ 시즌6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 11부작인 ‘랩 : 퍼블릭’은 다음 주부터 래퍼들 간 고도의 심리전도 예고했다. 초반에 다소 부족했던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0.17 06:00
영화

‘전,란’ 박정민 “‘몸종’ 강동원, 눈 보니 미안한 마음 올라와” [IS인터뷰]

“저는 재밌는 그림 같았어요. 또 댓글에서 보니까 제가 ‘놀부상’이라 양반인 게 맞대요.”새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이 호기심을 당기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역시 ‘강동원이 몸종, 내가 양반’이라고 공개적인 자리마다 강조하는 박정민일 것이다. 작품 공개에 맞춰 만난 그는 혹시 ‘밈’(meme)으로 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은 부정했다. “제가 웃음거리로 활용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죠. 그래도 제가 양반인 게 현실성이 없단 건 선입견이에요.”지난 11일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돼 큰 관심을 받았으며 정식 공개 직후 글로벌 순위 상위권에 직행했다.정통 사극은 처음인 박정민이 이번 출연을 결심한 것은 제작과 각본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영향이 컸다. 그는 “처음 받아봤을 때부터 대본 자체가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한 영화를 좋아하는데 역사를 빌려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면서 “박찬욱 감독님이 하신다니 너무 좋았다. 워낙 저의 우상이셔서 넙죽 한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또 출연했던 박 감독의 단편영화 ‘일장춘몽’(2022) 촬영을 마치고 제안받은 작품으로, 상대역 강동원보다도 먼저 캐스팅됐다고도 덧붙였다.극중 박정민이 연기한 종려는 어린 시절부터 천영과 신분 차를 뛰어넘은 우정을 쌓았으나, 천영이 일가족을 몰살했다고 오해하며 복수를 다짐하게 되는 인물이다.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스스로는 어려움도 느꼈다. 박정민은 “안 해본 역이라 보는 분들이 괜찮을지 우려가 됐다”며 “한복이나 수염, 갓 같은 의상이 어려웠다. 갓을 써도 눈이 보여야 하기에 앵글도 상의하며 찍었다”고 밝혔다.“힘들어서 ‘앞으로 5년 동안은 사극 안 해야지’ 생각하기도 했어요. 첫 사극인데 계산할 게 많았거든요. 얼굴에 피도 많이 묻히다 보니 밥도 잘 못 먹었고…그래도 좋은 작품 들어오면 하고 싶어요. 하하.” 강동원에 대해서는 남자답고 섬세하다고 극찬하면서도 “막역하게 붙진 못했다. 흠모하는 감정 같은 것”이라고 애정을 표했다. 종려와 천영의 브로맨스 기류에 대해서도 “천영이 잡혀 와서 제 아버지 앞에 무릎 꿇는 장면에서 처음 느꼈다. 종려가 천영의 얼굴을 잡고 가만있으라 할 때 ‘약간 이상한데?’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며 “사람들이 과대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 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선이 넘어갈 것 같으면 조절하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예상보다 더욱 짙은 감정이 실린 엔딩 장면 비하인드도 전했다. 그는 “대본만 읽었을 땐 그렇게나 천영을 죽이려 들다가 말 한마디에 변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 촬영 전엔 연기할 수 있을지 지레 겁을 먹었는데 막상 강동원 선배 대사를 듣는데 이상하게 슬픈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 진짜 감정이 나오네’ 생각했다”며 신기해했다.“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부분이 확실히 있죠. 천영의 무릎에 누워 ‘미안하다’하는 것도 사실 대본에 없는 대사예요. 선배 눈을 보는데 너무 미안해서 그냥 해본 말이에요. 마침 그날 현장에 계셨던 박찬욱 감독님이 ‘이거 좋은데’라고 해서 김상만 감독님과 상의해 들어가게 됐죠.”‘전,란’은 박정민이 영화제에서 처음 감상하고자 아껴둔 작품이기도 하다. 박정민은 “‘내가 찍은 영화라니’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았는데, 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가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 직업이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이 시대가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리게 만들기도 했죠. 그래서 내 일을 마쳤는데도 남 눈치를 보는 게 조금 슬프더라고요.”“좋아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박정민은 내년엔 데뷔 14년 만의 첫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쌓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쉬면서 찾아보려고요.”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7 05:55
드라마

김윤서, KBS2 새 드라마 ‘페이스미’ 출연…이민기 옛 인연役 [공식]

배우 김윤서가 KBS2 새 드라마 ‘페이스미’에 합류한다.15일 소속사 와이낫미디어에 따르면 김윤서는 KBS2 새 수목드라마 ‘페이스미’에 양은정 역으로 출연한다. 오는 11월 6일 첫 방송 예정인 ‘페이스미’는 냉철한 성형외과 의사와 열정적인 강력계 MZ 형사가 범죄 피해자 재건성형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쫓는 공조 추적 메디컬 드라마다.김윤서는 극 중 화사하고 밝은 인상을 지녔지만 냉철하고 진중한 성격의 성형외과 상담실장 양은정으로 분한다. 차정우(이민기)와 오래전 인연이 있었던 사이로, 범죄피해자의 재건성형을 담당하게 되는 차정우의 든든한 지원군이다.한편 김윤서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로 데뷔한 14년 차 배우로 드라마 ‘유리가면’, ‘최고다 이순신’, ‘여자의 비밀’, ‘전설의 마녀’ 등 다양한 작품에서 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페이스미’는 ‘개소리’의 후속으로 오는 11월 6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6 10:00
드라마

’한석규 딸’ 누구?…채원빈, 무표정을 연기한다

무표정이 주는 날카로움이 단숨에 공기를 싸늘하게 만든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배우 채원빈이 대선배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다.채원빈은 지난 11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에서 한석규의 딸로 출연 중이다. ‘이친자’는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지며 심연 속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채원빈은 극중 한석규가 연기하는 프로파일러 장태수의 딸 장하빈을 연기한다.장태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극에서 장하빈은 비밀투성이인 인물이다. 일만 하느라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에 장태수는 딸에 대해 잘 모른다. 2회까지 공개된 현재 시청자도 이 캐릭터에 대해 알게 된 정보가 많지 않다. 단지 장태수의 움직임과 의식의 흐름에 따라 1, 2회에서는 그가 자신이 수사하는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장하빈을 의심한다는 것과 장하빈이 어린 시절 남동생의 죽음과도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하빈은 지금까지는 대사도 많지 않으며 그저 몇 번 집에서 장태수와 대면하는 장면만 나온다. 그러나 극 안에서 채원빈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장태수 앞에서 무표정으로 몇 마디 말 정도만 건넬 뿐인데도 단숨에 분위기를 압도하며 주변을 얼어붙게 만든다. 지나치게 감정이 없는 표정이 2D 그림처럼 보일 만큼 밋밋한 느낌을 자아내지만 눈빛은 살아있다. 채원빈은 표정으로 감정표현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채원빈은 소속사 아우터유니버스를 통해 “너무 나와 다른, 내 모습을 재료로 쓸 수 없는 인물을 만나서 파악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표정으로 해야 하는 연기가 많았는데 대본을 계속 읽으면서 감정을 시간 순서로 정리하면서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강약 조절에 신경을 쓰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한석규에 밀리지 않는 채원빈의 눈빛 연기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너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라는 장태수의 추궁에 한 치 흔들림 없이 “한 번이라도 좋으니 내 말 좀 믿어 주면 안 돼?”라고 받아치는 장하빈의 대사는 부녀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쌓인 수많은 복잡한 감정을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연출을 맡은 송연화 PD는 최근 ‘이친자’ 제작발표회에서 채원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눈을 보는 순간 빠져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2019년 연기자로 데뷔한 채원빈은 신인 배우답지 않은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떠오르는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 시즌2, 3에선 방랑자 생활을 하는 독립적인 성향의 하니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했고, 영화 ‘마녀2’에서는 특장기인 눈빛을 살려 섬뜩한 토우 4인방의 리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한석규와 부녀지간이지만 대결구도를 이루는 역할인데 결코 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며 “특히 침묵할 때 섬뜩하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있는데 이런 면이 캐릭터와 잘 어우러진다”고 짚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6 06:14
스타

[IS인터뷰]“너무 아팠죠”…‘데뷔 25년’ 유승호의 눈물 쏙 뺀 첫 연극 도전기

“부족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어요. 내가 잘 하면 될 거란 생각을 했지만,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습니다.”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데뷔 25년’을 맞은 베테랑 배우 유승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첫 연극 도전의 강렬하고 매콤하고 또 혹독한 경험을 털어놓은 그의, 너무나 솔직한 말엔 뭐라 첨언할 게 없었다. 그저 눈으로 응원을 건넬 수밖에.최근 데뷔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마친 유승호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다. “예전에도 기회가 있었는데, 무대 위에 서는 게 좀 무서웠어요. 내가 연기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 내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거절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30대에 접어들면서 ‘내가 편한 것만 하면 나에게 무슨 발전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너무 겁이 나지만 한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라면 해보자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야심찬 도전이었지만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처음 무대에 서는 유승호가 소화하기에 만만치 않은, 심오한 작품이었다. 심지어 그가 맡은 극중 루이스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 프라이어 월터는 성소수자로 극 후반부엔 에이즈에 걸려 인생의 극한을 경험하는 인물이다. 스스로 “겁이 많은 사람”이라 밝힌 그는 “떨린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먹질 못했다. 2회차 공연 후엔 식욕이 없어져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고 상당했던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이틀에 한 끼 먹었어요. 무대에 올라갔는데 장트러블이 오니까, 무섭더라고요. 무대에 3시간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죠. 차라리 음식을 먹지 말자고 생각하고 그렇게 무대에 올라갔어요.” 덕분에 공연이 펼쳐진 두 달 동안 무려 8kg이나 체중이 빠졌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웠을 법하지만 그는 “극중 에이즈 환자였고 여러 증상 중 하나여서 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따라줬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긍정회로를 돌렸다. 카메라 앞에서 쏟아낸 열정으로 보내온 지난 25년이 무색할 정도로, 실시간 열연을 지켜보는 무수한 ‘눈’ 앞에 선 건 처음이었던 만큼, 첫 연극에 나선 각오는 ‘초심’이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현장의 것들은 다 내려놓고,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와 결론들을 무조건 따라보기로 했다. 좀 적응이 된 뒤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넣어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정리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유승호가 기존 지닌 명성은 오히려 관객들의 부정적 피드백을 강화했다. 첫 공연 후 혹독한 평가가 쏟아진 것. 댓글 반응에 대해 “슬펐고, 너무 아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유승호는 “(부정적 반응을)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 부족하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조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라는 배우, 사람에게 엄청난 큰 충격을 준 작품이에요. 여러 의미로. 내가 이렇게 부족한 배우였구나 하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꼈고, 내가 무대에서 이렇게 겁이 많구나 다시 한 번 느꼈죠. 나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겨내지 못해 충격을 받았고, 쉽지 않은 연극을 분명 즐기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내가 이걸 즐기고 있다는 데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죠. 울기도 많이 울었고. 저에게 엄청나게 큰 작품입니다.”힘든 여정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느낀 카타르시스 때문일까. 여전히 그는 연극에 이끌린다며 여운을 드러냈다. “기립박수를 딱 한 번 받아봤는데, 두 달 이라는 시간을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이상하게 뭉클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부끄럽지만 5회 정도 남았을 때야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끝나고 나선 ‘무대에 두 번은 서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무대 위에서 1막 3장이 끝나고 나서의 떨림이 갑자기 그립더라고요.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좋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0.16 06:05
드라마

‘백설공주’ 이우제 “악역 연기, 뒤통수 조심하란 말 많이 들었죠” [IS인터뷰]

“저희 팀 스태프들끼리는 ‘병무(이태구)랑 민수(이우제)는 뒤통수 조심해라’ 이런 얘기 많이 했죠.”배우 이우제는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블랙아웃’(이하 ‘백설공주’)에서 파렴치한 악역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백설공주’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고정우(변요한)가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다. 이우제는 극 중 고정우의 절친한 고교 동창인 신민수를 연기했다.신민수는 역시 고교 동창인 양병무와 함께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고정우에게 뒤집어씌워 살인자로 만든 주요 인물이다. 이우제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 같다.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이우제가 대국민 사과를 생각할 정도로, 극 중 신민수는 죄를 저지르고도 적반하장 태도를 보여 매회 시청자를 매우 분노하게 만들었다. 특히 신민수가 피해자 심보영(장하영)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을 고정우가 알고 찾아가 추궁하자, “너 때문에. 너 때문에!”라고 소리를 지르며 질투와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우제는 “민수를 연기 할 때 정말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컸다”고 처음 배역을 맡게 됐을 때를 떠올렸다.“그전에 저에게 주어졌던 역할들은 다 뭔가 순수하거나 귀엽고 선한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악역은 처음 도전하는 거였고 항상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어요. 또 서사까지 있는 캐릭터다 보니까 더 잘해 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우제는 ‘백설공주’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이전엔 또래 배우들과만 호흡을 맞춰보고 선배님들과는 해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변요한 형을 비롯해 수많은 선배 연기자와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꼭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이 드라마가 대박이 날 것 같다, 아닐 것 같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저의 연기 커리어에 꼭 도움이 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디션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는데, 그 진심이 감독님에게도 닿은 것 같아요.”이우제는 연출을 맡은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를 이전부터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변 감독의 첫 인상에 대해 “흔히 하는 말로, 쩔었다”고 표현했다. “첫 촬영 때 감독님을 현장에서 딱 뵀는데 포스에 압도됐어요.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고 컷이 됐는데, 감독님이 그때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펼쳐도 되니까 너무 자제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 말에 힘받아서 그 뒤론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했죠.” 이우제는 ‘백설공주’ 외에도 올 한해 ‘밤에 피는 꽃’, ‘선재 업고 튀어’ 등에 연이어 조연으로, 또는 특별출연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에 대해 이우제는 “내가 나오면 다 잘 되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며 “세 작품 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신기하다. 올해는 저에게 선물 같은 해인 것 같다”고 감격했다.자신의 매력 포인트로 ‘눈’을 꼽은 이우제는 “나쁘게 표현할 수도 있지만, 착하게도 표현할 수 있는 눈이라고 생각한다”고 어필했다. 이어 좋아하는 배우로 조정석을 언급하며 “매 역할 다른 얼굴로 보일 수 있는 연기를 펼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조정석 선배님 연기하시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게 돼요. 힐링 받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또 다른 역할 하실 땐 180도 돌변하잖아요. 저도 그런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6 06:05
영화

김신록, 한계는 없다…‘지옥’ 딛고 ‘전,란’ 얻은 수확의 가을 [RE스타]

배우 김신록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제에 그가 들고 온 작품은 개막작 ‘전,란’과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화제 시리즈 ‘지옥’의 시즌2, 넷플릭스에 심은 인생 캐릭터가 풍작이다.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김신록은 작품마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메소드 급으로 풀어내며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랐다. 연극배우 출신이지만 영상매체에 걸맞는 매끄러운 전환이 눈에 띈다”라고 짚었다.먼저 영화 ‘전,란’에서 김신록은 성별조차 뛰어넘어 눈길을 끌었다. 왜란의 전과 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김신록은 천민 출신 의병 범동 역을 맡았다. 범동은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면천을 해주겠다는 왕의 약속을 믿고 주인공 천영(강동원)과 의병의 길을 걷게 된 인물로, 도리깨를 들고 거침없이 돌진하는 성격을 지녔다. 보기 드문 여성 의병을 연기한 김신록은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병법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 자기만의 기술로 싸워내는 사람으로 표현하기 위해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또한 충동적이고 본능적인 표정과 움직임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김상만 감독은 김신록을 캐스팅 하고 싶어 범동 성별까지 바꿨다며 “신록 씨의 해석으로 개그 캐릭터에 그치지 않는 깊이가 완성됐다. 의도한 것보다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 공개되는 ‘지옥2’에서는 그야말로 화려한 부활이다. 시즌1에서 전 국민의 앞에서 지옥으로 떠나는 모습이 생중계된 미혼모 박정자를 열연했던 김신록은 이 작품을 통해 시청자에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김신록은 충격적인 상황에 극심한 불안에 떨면서도 남을 자녀를 위해 결단하는 박정자를 마치 실제 인물처럼 표현하며 지난 2022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조연상과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부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전작 말미에 부활을 예고하며 기대를 높였던 박정자 캐릭터는 이번 시즌2에선 4년 만에 되살아나 세상에 혼란을 더할 예정이다. 김신록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진행된 오픈 토크에서 “천운으로 부활해 ‘럭키비키잖아’라고 생각했다”면서 “(극 중) ‘지옥’이 어떤 곳인지 물음에 답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초반 장면이면서 중요하고 어려웠기에 연기할 때 긴장했다”라고 공을 들인 장면을 꼽았다.이처럼 장르물에서 빛나는 김신록은 상반기에도 굵직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지난 7월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3’의 생존자 스타디움 관리자 지반장 역으로 극에 긴장감을 부여했으며, 범죄 스릴러 영화 ‘설계자’에서는 사고로 조작된 사건을 수사하는 양 경위를 맡아 반전 카드로 활약했다. 개성 있는 마스크로 시선을 끌면서 어떤 장르와 캐릭터든 실감나게 녹아들어 호평받고 있다. 멀티 엔터테이너로서 자질도 뛰어나다. 최근 ‘SNL 코리아6’의 5화 호스트로 등장한 김신록은 닮은꼴인 코미디언 안영미와 뻔뻔하게 가슴춤을 소화해내는가 하면, 그의 캐릭터 ‘재벌집 막내아들’의 순양그룹 진화영으로 등장해 초보 유튜버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어렵다고 여겨질 극 예술을 흥미롭게 푸는 작업에도 매진 중이다.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서는 ‘0.5초’를 주제로, 찰나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과 삶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렉처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24’ 프로젝트로 시각예술 작가 손현선과 함께 연극 ‘없는 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연극 ‘서바이벌 캘린더’(2004)로 데뷔한 그는 지난 2020년 tvN 드라마 ‘방법’ 출연 전까지는 주로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던 연극 배우였다. 연극 방법론은 물론, 인문학적 고찰과 실행을 거듭한 배우로서의 20여 년의 세월, 김신록은 여느때보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을 맞았다.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폭넓은 경험이 김신록의 연기 내공을 쌓았다. 좁은 공간인 무대에서 영상 매체 속으로 공간을 넓혔음에도 자유자재로 연기 세계를 확장시켜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된다”라고 평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6 06:05
영화

‘베테랑2’ 열풍 속, 韓독립영화 조용하게 강하다 [독립영화路①]

하반기 첫 박스오피스 정상을 ‘베테랑2’가 수성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독립영화 수작들이 개봉 레이스에 참전해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베테랑2’가 독주하고 상업영화가 몸 사린 9월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진 ‘그녀에게’는 14일까지 2만 1417명을, ‘장손’은 2만 6130명을 동원했다. ‘그녀에게’는 정치부 기자였던 여성이 지적장애 아들을 키우며 겪는 여정을 통해 우리 사회 소외된 이들을, ‘장손’은 3대째 운영하는 두부 공장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장손이 선언하며 닥친 위기를 통해 전통적인 대가족 체제 그 이면을 바라보는 작품이다.두 작품 모두 상업영화에 비해 적은 관을 확보했으나 관객의 입소문을 타며 올해 개봉 한국 독립예술 영화(극영화) 부문 흥행 3위 등극을 앞다투고 있다. ‘그녀에게’는 개봉일 148개로 출발한 스크린 수가 10개 남짓으로 대폭 줄었음에도 꾸준히 관객이 유입 중이며, 실관람지수인 CGV에그지수도 95%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작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의 류승연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만큼 진솔한 메시지에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장손’은 올해 2만 고지를 넘은 작품 중 가장 적은 스크린에서 성과를 거둬 의미가 남다르다. 개봉일 단 60개의 스크린에 출발해 하루 평균 스크린 43개, 상영 횟수 51회를 오롯이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지키고 있다. CGV에그지수 또한 97%를 기록 중이다. 앞서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 및 수상한 기대작답게 SNS상에서도 ‘아름다운 미장센에 담긴 숨 막히는 K가부장’, ‘경상도 사투리 능력 평가 3등급 미만 시청 불가’ 같은 평들이 공감과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25일 개봉한 장성범 주연 ‘해야 할 일’은 관객과의 친근한 접점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GV행사에 장강명 작가와 배우 이제훈을 초청해 박홍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제훈은 평소 독립영화를 향한 깊은 애정을 표해온 만큼 참석만으로 화제를 모아 하루 세 자리대 관객 수를 견인했으며, 깊이 있는 시선으로 관객들이 작품을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달에도 다양한 독립영화 개봉이 예정돼 있다. 16일 개봉하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와 오는 23일 개봉하는 배우 한소희의 첫 스크린 데뷔작인 ‘폭설’을 비롯해 장윤주 주연 ‘최소한의 선의’ 등 관객의 선택지를 다채롭게 늘릴 예정이다.하지만 독립영화계 관계자들은 스크린 확보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50여 개에 불과한 독립예술영화관이 국내외 개봉작들을 전담하다 보니 한 작품당 부여되는 상영 기간과 회차가 부족할 수밖에 없고, 상업영화와 함께 걸리는 멀티플렉스에선 관객과 무난히 만날 수 있는 시간대 편성조차 어려운 상황이다.이에 자체적으로 상생의 길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는 앞서 8월 개봉한 ‘딸에 대하여’를 포함해 ‘그녀에게’와 ‘장손’, ‘해야 할 일’이 한국독립영화 상영 캠페인 ‘8주간의 약속’을 개최 중이다. 불리한 배급 환경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하자는 취지이다.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잘 만든 작품이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아쉬운 상황임에도 결국은 좋은 영화는 어떻게든 관객이 꾸준히 입소문을 내고 찾기 마련임을 방증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거둔 성과가 객관적으로 높은 수치는 아닐 수 있지만, 관객들이 훌륭한 독립영화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배급과 홍보 등 환경적인 개선을 고민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6 05:50
영화

NCT 재현부터 박지훈까지, 연기돌 스크린 데뷔 공식이 달라졌다 [독립영화路②]

NCT 재현, 워너원 출신 박지훈이 나란히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첫 영화는 수백억원대 상업영화가 아닌 중저예산 영화로, 단순 인기 아이돌의 도전을 넘어 ‘연기돌’의 달라진 스크린 데뷔 공식이 엿보인다.선두에 서는 건 재현이다. 재현이 출연한 영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16일 개봉한다. 일본 추리소설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준우가 우연히 만난 정윤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극중 재현은 첫 번째 주인공 준우를 연기했다. 누군가의 죽는 미래를 보게 되는 이른바 ‘죽음 예언자’로, 정윤의 정해진 운명을 막기 위해 6시간 동안 숨 가쁘게 달린다. 재현은 무대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분위기와 눈빛,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준우를 빚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박지훈은 일주일 후인 24일 영화 데뷔작 ‘세상 참 예쁜 오드리’를 선보인다. 엄마의 알츠하이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이다.박지훈은 이 영화에서 엄마 미연(김정난)과 국숫집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청년 기훈 역을 맡았다. 어느 날 발견된 엄마의 병, 연락이 끊겼던 여동생 지은(김보영)과의 재회 등으로 급격한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로, 박지훈은 그간 드라마로 쌓아 온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극을 힘 있게 이끈다.이들 영화의 가장 큰 공통점은 연기돌을 주연으로 내세운 중저예산 독립영화라는 점이다. 특히 두 작품 모두 재현과 박지훈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기 아이돌이 첫 영화로 중소 규모의 작품을 선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2, 3세대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 때만 해도 이들의 첫 무대는 대규모 상업 영화 혹은 스타 배우와 감독이 대거 포진한 화제작이었다. 두세 번째 타이틀롤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감초 역할로 기능했다. 일례로 수지는 미쓰에이 멤버로 활동했던 2012년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당시 그가 맡은 역할은 여주인공 서연(한가인)의 어린 시절 캐릭터였다. 이제는 충무로 대표 배우로 성장한 임시완 역시 제국의 아이틀 타이틀이 유효했던 2013년 양우석 감독과 송강호가 의기투합한 ‘변호인’으로 영화를 시작했다. AOA 설현과 소녀시대 윤아는 100억원 규모의 대작으로 처음 관객 앞에 섰다. 설현의 스크린 데뷔작은 이민호, 김래원 주연 ‘강남 1970’(2015), 윤아의 첫 영화는 현빈, 유해진 주연의 ‘공조’(2017)다. 혜리는 걸스데이 시절 김명민 주연의 125억원 대작 ‘물괴’(2018)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2PM 이준호, 비스트(현 하이라이트) 윤두준, 엑소 시우민도 비슷한 길을 따라 영화 배우가 됐다.달라진 연기돌의 스크린 데뷔 공식이 비단 재현과 박지훈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최근 개봉을 앞둔 다른 영화를 봐도 흐름은 금방 읽힌다. 골든차일드 출신 보민은 ‘괴기열차’, SF9 찬희는 ‘메소드 연기’로 처음 관객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트와이스 다현 역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첫 영화로 선택했다. 모두 중저예산 영화다.이 같은 변화는 연기돌의 달라진 인식에 기인한다. 본업의 인기를 무기로 대형 상업 영화에 편승, 대중에게 반짝 눈도장을 찍는 것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독립영화는 장르, 상업영화 대비 다양한 성격과 배경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내면의 깊이를 보여주는 서사가 많아서 연기력을 확실히 각인시키기에 좋다. 데뷔하는 아이돌에게는 연기 내공을 보여줘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실력을 쌓기에 부담이 적고 연기력을 보여주기에 좋은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엑소 도경수, f(x) 출신 크리스탈 등 선례도 다수 있다. 특히 과거의 좋은 사례는 연기돌을 넘어 중저예산 영화 제작사들의 편견도 깨부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2, 3세대 아이돌 중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들이 많아지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실제로 중저예산 영화 제작사들의 캐스팅 니즈가 전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에게는 전체 촬영 회차 자체가 많지 않으니 준비 시간이 많고 첫 연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며 “결국 서로에 대한 진입 장벽이 동시에 낮아진 셈”이라고 부연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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